지난 4월 말. 저는 독감으로 한참 몸살을 앓다가 엄마의 간호로 정신을 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엄마가 몸살과 고열로 앓아 누우셨어요. 마침 주말이라 병원은 못가고 약을 지어다 먹었는데도 별 차도가 없더라구요. 월요일이 되서 동네 병원을 가서 독감 처방을 받고 주사를 맞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괜히 나 때문에 엄마가 독감에 걸려 고생하시는구나 죄송스러웠죠.
그리고 다음날.. 엄마가 헛소리를 하고 사람을 못알아 보시면서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깜짝 놀란 우리 식구는 허겁지겁 큰 병원으로 엄마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습니다. 동생들은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펑펑 울기만 하더군요. 일 가셨다가 3일만에 들어오신 아빠는 하루만 일찍 올걸 하루만 일찍 올걸.. 계속 되 뇌이시구요.
응급실 구석에서 다섯 식구가 모두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라 저도 울면서 회사로 향했습니다.
잠시 후 아빠한테 온 전화. 의사가 바이러스성 뇌염인 것 같다며 검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이 손에 안잡히더라구요.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라고 아시나요? 조금 피곤해지면 입술 주변에 물집이 잡히는.. 우리나라 90%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라고 하더군요. 운이 나빠 50만분의 1의 확률로 그 바이러스가 엄마의 뇌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만든겁니다.
보통 염증은 2주면 자연히 치료가 되지만, 문제는 후유증이라고 하더군요. 뇌는 한번 망가지면 복구가 안되기 때문에, 평생 불구가 될 수도 평생 바보가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에서 힘이 쭉 빠졌습니다.
부랴부랴 퇴근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계속 검사를 받고 계시더군요.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MRI 찍을 때는 재채기도 해서는 안된다는데 몸부림을 치는 엄마를 약물로 겨우 진정시켜서 절반 정도 찍을 수 있습니다.
바늘로 조금만 찔려도 아프다고 몸부림 치시는 엄마를 보며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 조금만 참아 하고 손을 꼭 붙잡은 순간.. 갑자기 엄마가 눈물 범벅인 제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아픔을 꾹 참으시더라구요. 눈으로 “지연아 나 괜찮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엄마는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셨습니다. 기력은 없으셨지만, 다행이 몸이 불편한 데는 없었구요, 화장실도 가시고 밥도 먹고.. 우리 가족은 정말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면서 하루 하루를 지냈습니다.
처음에 내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면서 우리 딸 사랑해 하면서 쓰다듬어 주시던 엄마. 제주도랑 일본이랑 같이 여행 갔던 기억들이 사라져서 사진을 보는 내내 씁쓸하게 웃으셨습니다. 동생이랑 엄마가 기억할 때까지 또 가고 또 가자고 약속했어요.
아직 어려운 계산이나 날짜는 잘 모르시고 어떤 기억은 희미해져 버렸지만.. 그래도 이제는 많이 나아지셔서 얼굴 마주보면서 사소한 대화할 수 있다는게 어찌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의사 선생님도 옆에서 계속 얘기 하는게 기억이 돌아오는데 도움이 될거라 하시더군요. 그동안 엄마한테 신경 못 쓰고 대화도 많이 못했다고 사랑 받고 싶어 이런 병에 걸리신게 아닌가 마음이 아파요.
이제 겨우 2주 지났는데 1년 같이 느껴지네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런 큰 일이 막상 우리에게 닥치니까, 엄마는 물론이고 아빠도 소중하고 동생들도 소중하고.. 소중함이 가슴 시리게 느껴집니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들리는 “부모님 계실때 잘하라”는 어른들의 말이 올해는 가슴에 콕콕 와 닿네요.
내일 엄마가 퇴원을 하십니다. 빨리 기억도 되찾고 예전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저희는 5월에 유난히 가족 행사가 많은데, 5월 5일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8일은 어버이날, 9일은 할아버지 제사, 11일은 제 생일.
어제까지 100번 알려줘도 100번 까먹던 엄마가 오늘 아침은 “지연이 생일 엄마가 못챙겨줘서 어떡하니” 하시더라구요 ^^
다 필요 없어요. 엄마가 집에 오는게 선물이지~

주사 마지막 날 기념 촬영
ps. 아침에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는데 이현우의 음악앨범에서 가족 사연 받는다고 하길래 부랴부랴 쓴 글. 너무 길어서 그런지 (너무 감성적으로 써서 그런지?) 뽑히진 않았다. 생일인지라 나름 선물 기대했는데 ㅜㅜ

저번에 집에가서 놀았을때 뵙고 사진으로 올만에 뵙는구나~
울 가족도 2년전에 한번 그러고 나서 ^_^ 더 돈독해졌다는…ㅎㅎ
이제 우리들이 나이를 먹는가봐..
부모님 더 나이드시기전에 모시고 놀러도 다니고 맛난것도 먹으러다니고 그래~히힛
난 석가탄신일 휴일에…효도관광 일본으로 간당 >.<
선물 내가 사줄께. ㅠ_ㅜ